[잡플래닛X에이블리] 에이블리가 ‘미친 알고리즘’ 만든 비결은?

에 의해서 | 2021-06-22 | Life

잡플래닛 선정 일하기 좋은 패션기업 2위에 에이블리가 선정 되었습니다. 사내 문화 점수는 순위권 회사 중 1위를 달성 했는데요 ! 잡플래닛x에이블리 두 번째 인터뷰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업분석보고서] 에이블리② 최하늘 CTO 인터뷰

‘빅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AI 알고리즘’… 에이블리 앞에 붙는 수식어 중 일부다. 개발이나 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러한 개념이 여성 패션·스타일 커머스 플랫폼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아채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기자도 “에이블리 추천 시스템이 좋다”는 건 익히 들었지만, 그 뒷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술적 움직임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몰랐다.

취재 도중 에이블리의 강석훈 대표와 최하늘 CTO가 OTT 서비스 ‘왓챠’의 공동 창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복잡하던 퍼즐이 단숨에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개인의 취향에 따른 추천 시스템’은 우리 일상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당장 ‘유튜브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동영상 추천 시스템만 봐도 쉽게 이해가 된다. 커머스 플랫폼에 적절히 사용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당연해 보인다.

유저들의 극찬을 받는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만들어낸 에이블리의 개발 조직을 이끌고 있는 최하늘 CTO는 대단한 경력자다. 세계 최고의 해킹 방어 대회로 알려진 DEFCON 대회에서 3위를 수상한 바 있고, 공동 창업자로 왓챠에서 일하다가, 삼성SDS, 네이버 라인 등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개발 조직 시니어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력 때문인지 최 CTO는 조직 내에서도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좋다”는 평을 듣는다고.

그런데, 6월 3일 에이블리 사무실에서 만난 최하늘 CTO는 “대단한 경력자”라는 말에 연신 고개를 저었다. “어쩌다 CTO가 됐냐”는 말에도 “적임자를 찾는 중인데 당장은 내가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그는 가벼운 질문에도 한마디 한마디 고심하며 이야기했다. 회사에 혹여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회사바보’ 같았다. 최 CTO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최하늘 에이블리 CTO. 무시무시한(?) 경력의 소유자다.

–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수한 기업들을 다니셨더라고요. 에이블리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학생 때는 계속 연구를 하려고 했어요. 군대 다녀와 보니 연구가 다가 아니다 싶더라고요. 학교 선배가 ‘왓챠’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해서 합류했죠. 처음부터 같이 고민하고 창업하면서 큰 꿈을 품었어요. 4~5년 정도 했는데, 계획보다 더 오래 일하게 됐고, 당시에는 생각만큼 성장하지도 못하고 정체되고 있었고, 저도 같이 정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개인적으로는 큰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어요. ‘적당한 연봉 받으면서 오래 일하자’ 생각하고 대기업에 갔어요. 결국 일이 너무 재미 없어서 그만뒀죠. 다른 기업으로 넘어갔지만, 거기서도 제가 원하는 걸 못 얻었어요. 왓챠에서는 회사의 성장에 영향을 주고 같이 커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다른 곳에선 그렇지 못했죠.

그러던 중에 강석훈 대표님이 에이블리에 합류를 제안했어요. 왓챠를 같이 했던 사이라, 에이블리 초기 때부터 제안해 오긴 했는데요. 결혼한 상태이기도 했고, 모험을 할 순 없어서 거절했죠. 합류 당시에는 에이블리가 이미 상승세에 있는 상황이어서, 이 정도면 도박까진 아니고 출발한 로켓에 타는 일이겠다 싶어서 합류를 결정했어요. 더 빨리,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많은 기업이 우리 잘될 거라고, 곧 출발하니까 타라고 많이 하잖아요. 무리수일 때도 있고요. 보장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런데 에이블리는 이미 올라가고 있는 상태에서 ‘내 손을 잡아’ 이런 느낌이었어요. 지금 보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 처음부터 C레벨*로 오신 건 아니더라고요. 합류할 때는 개발자 중 한 명이었는데, CTO가 되신 거라고요.

“CTO를 목표로 하고 왔던 건 아니에요. 살면서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될 일은 없을 줄 알았거든요.(웃음) 회사가 커지다 보니까 역할을 맡을 사람이 필요한데, 당장 안에서 적임자를 찾다 보니 제가 역할을 맡게 된 것 같아요. 저 말고도 좋은 분들이 많이 있지만, 당장은 제가 하는 거죠.”
(*C레벨: CEO, COO, CTO 등 Chief로 시작하는 직책을 가진 경영진을 일컫는 말)

– 겸손하시네요. 합류하고 가장 먼저 한 작업은 뭐였나요.

“제가 합류할 당시에도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중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삐걱대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재고 관리라든지, 주문받고 결제하는 부분이라든지, 중요한 부분인데 삐걱대는 부분이 있어서 사용자가 많아질 수록 문제되는 상황이 더 생겼어요.

예를 들면 판매자는 10개 수량을 내놨는데, 주문은 11개 되는 상황이 있고 그랬거든요. 판매자는 물량이 없으니 구매자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요. 그런 일이 안 생기게 고치면서 안정성을 챙겼던 것 같아요.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다보니까 그런 작업만 해도 초반에는 바빴어요.

이후에는 기능 개선에 집중했죠. 개인화 추천 관련 작업을 했어요. 부실한 검색 기능을 개선해서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했고요. CTO 역할 맡고 나서는 개발 문화를 만들고, 일하는 방식을 다듬으면서 어떻게 하면 개발자들이 좀 더 잘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에이블리의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은 대중에게까지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유저들 사이에서는 ‘알고리즘계의 미친놈’이라고까지 불리던데…

“지금의 추천 모델이 있기 전에는, 첫 화면에서 ‘인기 상품’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상품은 점점 많아지는데, 첫 화면에는 딱 10개만 있는 셈이었죠. 개선을 위해서는 ‘유저별로 다르게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인화 추천으로 생각이 이어졌죠. 왓챠 출신 팀원들이 있어서인지 당연하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기반으로 구축했어요. 당시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구매하게 하는 방향, 그러니까 매출을 올리는 방향으로만 생각했던 거죠. 그렇게 하면 유저가 찾는 제품 위주로만 추천이 되는데요. 원피스 한번 찾은 사람한테 원피스만 잔뜩 추천하는 거죠. 매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앱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옷 살 때 잠깐 와서 보고 끄는 앱이 될 것 같았어요. 모든 사람이 살 상품을 정하고 들어오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 유저 리뷰에서도 ‘비슷한 것밖에 안 나온다’는 말이 많았고요.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보여 줄 수 있는지’부터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개선하려다 보니 AWS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만 쓰기는 부족해졌고요. 직접 만들게 되면서 다양한 상품을 적절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어요. 기존보다 더 나은 지표를 확인하기도 했고요. 저희 개인화 알고리즘은 애초에 기준을 높게 잡았어요. 기존 것보다 낫지 않으면 절대 바꾸지 않는 쪽으로요. 기준이 높으니 점점 나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 회사만의 높은 기준이 유저들 관심과 다를 때도 있는 법인데, 잘 소구된 셈이네요.
에이블리는 경쟁사들에 비해 업력이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자평하나요.

“정확히 ‘어떤 부분 때문에 잘됐다’고 말하는 게 참 어려운데요. 결정적으로 잘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중요한 것에 몰두해 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더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을 수도 있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업 성장에 뭐가 더 중요한지 캐치하려는 문화가 회사 내에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다 보니까, 빠르게 성장한 거죠.

개인화 추천같은 경우에도, 판매자도 상품도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게 제일 중요한지 아니까 당장 효과가 좋을 만한 개선점을 찾아서 개발한 거죠. 개발자 입장에서는 다른 부분 더 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싶을 수 있는데, 회사 성장에 대한 판단을 다같이 하다보니까 다른 길로 안 새고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기조는 제품 조직 외에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조직에서 그렇게 하다 보니까 빠르게 성장한 것 같네요.”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최하늘 CTO. 인터뷰 내내 “이렇게 말해도 되느냐”고 되묻는 바람에 고생 좀 했다.

– 사실 요즘 어느 회사나 ‘개발자 채용’에 목말라 있잖아요. 개발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에이블리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서비스 확장 속도가 빠르다 보니 개개인이 더 많은 영역을 커버해야 하고, 각자 맡은 역할이 더 커지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본인이 결정을 주도적으로 하게 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 거죠. 그렇게 일하다 보니 각자 어떤 게 더 중요한지, 또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이 기능을 만들어라’ 짚어 주는 게 아니고, ‘이런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걸 하면 좋을지’ 직접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 건데요. 다른 직군들하고도 깊이 이야기해야 하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거의 강제(?)로 성장하게 되잖아요. 그런 부분이 좋은 것 같아요.”

– 에이블리에 합류하고픈 개발자라면 어떤 점을 갖춰야 할까요.

“개발자들 보면 자기 결과물을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조금 더 사업이나 결과물의 성과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 있는데요. 저희는 아무래도 ‘기술로 세상을 혁신하는 회사’라기보다는 ‘기술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큰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잖아요. 그러니까 ‘기술을 통해 사업적인 성과를 이루어내는 일’에 중점을 두는 개발자 분들이 에이블리와 잘 맞을 것 같아요.

사업과 무관하게 오로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분은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물론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이 사업에 필요한 일을 해내겠다’는 마인드가 에이블리에 더 알맞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에이블리는 최근 신논현역 인근으로 사무실을 확장 이전했다. 사진은 새로운 사무실의 라운지.

– CTO로서도 그렇고, 한 사람의 직원으로서, 어떤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업무할 때 개인 성과에만 치중하기보다는 결국 회사의 성장 방향과 일치하는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의견과 본인이 분리가 잘 안 되고, 자기 의견이 채택되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 있잖아요. 의견이 무시당했을 때, 자기가 무시당한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회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런 구분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악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내 탓’이라고 하는 태도를 좋아하고요. 뭔가 잘못됐을 때 남 탓을 하기 보다는, ‘잘못되지 않게 내가 더 노력했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좀 더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에이블리는 급격하게 성장해 온 서비스잖아요. 우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에이블리가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에이블리가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정상에 가까이 온 것 같아요. 물론 큰 시장이다 보니까 더 성장할 수 있죠. 재작년 성장 예상치를 봤을 때 그래프가 너무 많이 올라가는 듯 싶었는데, 지금 와서 당시 그래프 보면 되게 조금 올라간 수치였더라고요. 앞으로도 많이 성장할 것 같아서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웃음) 도전적인 일도 많아질 것 같고요.

저한테는 지금까지 해온 게, 거대한 계획을 갓 시작한 느낌이에요. 한 칸 정도 달성한 것 같달까요. 이제 나머지를 열심히 해 나가야 하거든요. 저는 당시에도 잘될 거라고 예상 못 했고, 앞으로도 잘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에이블리는 잘해 나갈 것 같아요. 여기에 올라타고 싶은 분들이라면 와서 함께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오셔서 같이 성장합시다.”

출처 : 장명성 기자 (luke.jang@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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